일본군 ‘위안부’문제연구소 소장 정유진먼저 이틀에 걸친 국제회의를 준비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튜브를 통해 1,000여명이 동시 접속하며 서로 배우며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협력 덕분에 소중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발표를 들으면서, 영화 «더 스토닝, The Stoning of Soraya M»이 떠올랐습니다.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남편이 위자료를 지불하지 않고 이혼하기 위해, 아내를 부정한 여인으로 몰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돌팔매질하여 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여성이 두려움에 떨면서 우연히 마을에 들른 외부 기자에게 이 사건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는 “제발, 내 목소리를 가져가 달라”고 울부짖으며 고통을 목격한 사람의 태도, 즉 말을 들은 자의 책임을 촉구합니다.어제 요란다 아귈라르 선생님은, 성폭력 피해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인식의 조건, 즉 사회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누가 누구를 대신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를 “가져간다”는 이 동사(動詞)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됩니다. 고인이 되신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은, 생전에 “몸이 너무 아파 죽고 싶다, 그렇지만 여자니까 고운 옷도 입어보고싶다” 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 말을 어떻게 들었는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오늘 도미야마 이치로 선생님은, 경험은 공유해야 할 소재, 즉 대상이 아니라 다른 관계가 만들어지는 “시작”이라는 요지의 논고를 발표하셨습니다. 고통 속에 살았지만, “고운 옷도 입어보고싶다” 는 삶의 경험을 어떠한 관계의 시작점으로 삼을 것인가, 이틀 간의 토론은 이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논점은, 들은 자가 그 말을 ‘가져갈’ 때의 위치, 즉 ‘어떻게’ 라는 성찰적 물음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피해의 차이, 혹은 상처의 경중(輕重)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어떠한 논의를 이어갈 것인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과제로서 제기되었다고 생각합니다.끝으로, 이 행사를 후원해주신 여성가족부, 그리고 이 순간까지 통역, 수어 통역으로 수고해주시는 분들께 특별히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1 여성인권과 평화 국제컨퍼런스»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2021년10월14일)
비엔나 세계인권대회(World Conference on Human Rights). UN 주최로 1993년 6월 14~25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세계인권대회. 1948년 세계인권선언 채택 이후의 UN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세계 인권 신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 회의로, 171개국 800개가 넘는 NGO가 참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 협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을 비롯한 5명의 대표가 참석하였고, 대회기간 중에 북한, 필리핀의 NGO와 함께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아시아여성포럼을 열었다. 또한 샬롯 번치 등이 개최한 '여성인권국제법정'에 김복동이 참여하여 일본군에 의한 전쟁범죄를 증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들로 비엔나 선언 및 행동 강령에 전쟁 중 여성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비엔나 선언 및 행동 강령 38번에서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나, 분쟁 하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인권 침해는 국제인권법의 원칙을 침해한 것이며 여기에는 살인, 조직적인 강간, 성노예, 강제 임신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피해자 증언이나 일본군, 일본 정부 차원에서 작성한 공문서와 달리 일본군인 개인 스스로 적나라한 가해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범 자필진술서'의 사료적 가치...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전쟁 중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는 전쟁의 부산물로 간주되곤 했으며, 식민체제 하의 여성인권은 ‘피식민’과 ‘여성’이라는 이중적 ‘타자’의 위치에서 무시되고 침묵되었다.
전쟁 후 네덜란드는 전범재판을 위한 바타비아 임시군사재판(Temporaire Krijgsraad in Batavia)을 실시하였는데, 이 재판은 전쟁 중 행해진 성폭력과 일본군‘위안부’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당대의 맥락주의와 인권의 현재주의 사이의 지적 긴장 위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인식하고 조망하기
역사교사에게 듣는 초·중·고 생애주기별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학교 교육 현황
근현대 세계적 분쟁 시기 발생한 성폭력 문제를 중심 주제로 다룬 영국 최초의 전시 <침묵을 깨다: 분쟁 속 성폭력> 방문기
5·18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통합적 치유 모임 '열매'가 먼저 걸으며 개척하고 있는 길
진상조사와 치유를 접목해 설계된 5·18 성폭력 피해 조사 활동의 출발과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