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2021 평화로드
1. 서울편 - “기억의 길”을 걷다 – 일본군‘위안부’ 기억의 터와 기림비
2. 통영편 - 아름다운 항구, 통영에 자리한 아픈 역사의 길을 걷다
3. 천안편 -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곳에 잠든 당신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4. 대구편 -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으로 떠나는 근대문화거리 투어
5. 제주편 - 총구는 늘 약자를 향한다: 전쟁과 일본군‘위안부’, 그리고 제주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 경상감영공원 → 대구근대역사관 → 경찰역사박물관 → 북성로→ 서문시장 → 계산성당 → 서상돈 선생의 고택과 시인 이상화의 고택
#대구 근대골목에서 만나는 ‘희움’
대구시 중구의 <대구 근대골목투어> 5개 코스 중 1코스에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하 역사관)이 포함되어 있다. ‘대구근대골목’은 2012년 한국관광의 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고, 2013년에는 ‘지역문화브랜드대상’을 수상, 2014년에는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등에 선정되었으며 최근 2019년도에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많은 방문객과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역사관은 1997년부터 대구·경북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복지지원사업과 문제해결활동을 전개했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중심으로 시민들의 온정과 뜻이 모여 세워진 뜻깊은 장소이다.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시게 되자 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며 평화와 여성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5년에 개관되었다.
역사관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일본식 건물로서 당시의 시대성을 자연스럽게 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문제의 발생과 건물의 건립이 동시대라는 점에서 정서적 울림을 지니고 있다. 역사관 건축 리모델링 중 도배 속지로 사용된 1927년 신문이 발견됐고 다른 시대를 나타내는 여러 흔적들이 나오기도 했다. 1930년대 중반 지어진 일본식 상가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당시의 원형을 재현하고자 했으며 뒷마당 쪽 부속 건물들은 원형과 관계없다는 판단 아래 철거하고 재증축하여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대구 중심가에 위치한 역사관 주변은 400여년 영남의 정신적, 지리적 중심지이며 일본 제국주의 자본이 최초로 이식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5만 명 이상 거주 했으며 현재까지 일본식 상가, 주택 등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어 역사적 공간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전쟁의 피해가 비교적 적어 근대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역사관이 위치한 곳은 과거 일본인의 생활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서문로에 자리하여 대구, 경북 등 지역 출신의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과 흔적이 함께 하는 곳이다. 특히 고(故) 문옥주 님의 생전 활동영역과 굉장히 가깝고, 이용수 님의 생가 및 어린 시절의 공간과도 멀지 않으며 당시 많은 피해자가 끌려가신 대구역과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또한 역사관 주위는 조선시대부터 대구지역의 최대 중심가였던 곳으로 인근에 서문약령시장, 서문시장, 경상감영이 있었던 곳이다. 역사관 인근에 있는 경상감영은 현재 경상감영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1930년대 식산은행건물은 현재 대구근대역사관이며 맞은편 중부경찰서에는 경찰역사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모두 도보로 이동가능한 아주 가까운 거리이며 대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대사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구
역사관은 과거 행정구역인 대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구읍성의 구역 안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그 흔적만 확인할 수 있는 대구읍성은 일본과 기이한 인연이 있다. 이 성벽은 임진왜란 전에 일본의 침략을 대비하여 만들어졌는데, 1905년경부터 일본인의 거주 및 확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 친일파 조선인 박중양과 일본인에 의해 불법 해체됐다. 이를 둘러싼 동성로, 서성로, 북성로 및 남성로는 과거 대구의 희미한 경계이자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거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1900년대 초 대구 서성로와 남성로에는 지역 유지들이, 동성로와 북성로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한다. 때문에 역사관 인근의 북성로에는 특히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근대 지역경제의 중심이 된 곳으로, 한국 전쟁 후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대신동에 있던 공구상회들이 이 곳으로 옮겨오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군수물자를 상인들이 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구골목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장인과 공인의 흔적이 남아있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도 여기에 있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들에 현대의 젊은 감성을 접목시킨 다양한 문화공간, 카페 등이 생기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힙’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역사관의 서쪽에는 과거 교역의 중심인 서문시장과 3.1운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선교사 주택,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성모당이 있다. 또한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선생의 고택과 저항시인 이상화의 고택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동성로 일대는 현재의 지역명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상업거래와 많은 시민이 모이는 중심지이다.
#새로운 세대로 이어져 나갈 ‘역사’를 희망하며
그리고 이곳은 최근 들어 많은 젊은 작가들과 예술가가 찾아와 도시재생을 꿈꾸는 곳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물론 전국 각지의 여행객들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모두가 각기 다른 이유를 갖고 ‘대구근대골목’을 방문하겠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통해 아주 잠시라도 ‘위안부’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과거가 과거로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끊임없이 이야기되며, 다음 세대에 의해 새로운 역사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소개]
지상 2층의 일본식 건물로 1층에는 매표소, 희움스토어(굿즈 및 도서 판매), 상설전시관이 있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현재(2021년 9월 14일 기준) <익숙한 기억, 낯선 기록>이라는 이름의 사료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193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공문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이 발행한 군표 등 일제강점기의 다양한 사료를 잘 보여준다. 또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와 서강대학교 ‘영원한 증언팀’에서 기획·제작한 <영원한 증언> 체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일본군‘위안부’피해자와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역사관은 2021년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시사업(여성가족부 주관)에 선정되어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증언> 전시를 기획 중이며 올해 개최할 예정이다. ‘위안부’피해자의 증언 및 생애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탐구하고 다양한 전시방법(VR 및 미디어)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관은 앞으로도 전쟁과 여성인권, 피해자 중심 문제해결을 위해 사실적 증거와 자료를 발굴·연구하여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역사적 맥락이 우리 개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관람객이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기억, 일제 침략기와 성노예라는 고통스러운 피해자들의 삶을 기억
약속, 피해자들의 상처와 기억을 우리의 역사로 안고,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
기록, 명예와 인권을 되찾기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과 함께한 사람들의 운동의 기록
희망, 평화와 인권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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