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교육이 위축되지 않는 교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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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교육이 위축되지 않는 교실을 위하여
‘2025 기림의 날’ 기념 초·중·고 역사교사 대담 (2)

 

웹진 <결>은 광복 80주년 ‘2025 기림의 날’을 맞아 서울길음초등학교 배성호 교사, 옥빛중학교 송은하 교사, 하안북중학교 문순창 교사 등 3명의 역사교사와 마주 앉았다.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있었던 1991년으로부터 약 34년,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진실 규명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기울여온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생애주기에 따른 정규 교육과정에 어떻게 녹아 있고, 미래세대와 어떤 교감을 나누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대담은 ‘위안부’ 관련 교과서 서술부터 창의적 체험 활동 사례, 역사 부정의 시대를 마주한 ‘위안부’ 교육의 고민과 실태, 나아가 AI시대에 조응하는 역사교육의 방향 등 학교 안팎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학생들과 만나는 역사교사들의 열정적인 고민과 실천 이야기가 쏟아지는 자리이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다양한 과제를 부여받는 자리였다. 웹진 <결>은 7월 31일 오후 6시부터 한국YWCA연합회관 회의실에서 문순창 교사의 진행으로 이뤄진 대담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1부 : 역사 수업 속 ‘위안부’ 교육, 아이들과 함께 자랐다
2부 : ‘위안부’ 교육이 위축되지 않는 교실을 위하여
3부 : ‘위안부’ 교과서, 역사 부정 바로잡기 AI 캠페인… ‘위안부’ 역사를 화석화하지 않을 교육 실천들

 

수요시위, 교실을 넘어선 역사교육의 장

🧶 문순창 :  일본군‘위안부’ 역사 교육에서 특별한 키워드 중 하나가 ‘수요시위’일 거예요. 교과서 밖으로 나와 피해자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서사를 공유할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연대와 실천이라는 확장된 교육의 목적까지 기대할 수 있고요. 아마 2010년대 초부터 학생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던 거 같은데, 어떤 경험들이 있을까요?

🧶 배성호 : 말씀처럼 ‘위안부’ 역사를 직접 만나고 기억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사실 ‘정의연’에 대한 비판적 언론보도가 있기 전까지는 수요시위에 서로 참여하려 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수요시위가 아이들에게는 ‘신세계’였어요. 처음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두근두근 고양되었다가 차츰 살아있는 역사를 마주한다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졸업 후에 만나면 수요시위에 갔던 일을 얘기해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또 아직도 열리고 있는 게 한편으로 속상하다면서요. 저를 포함해 교사들은 오히려 학생들의 과몰입을 경계하는 편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강렬한 경험은 위험하기도 하고, 정서적 충격을 걱정하는 학부모님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잊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수요시위 현장 인근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나 경복궁을 같이 방문하는 식으로 조절했던 게 기억납니다.

🧶 송은하 : 2014년 경부터 2019년까지 학급 아이들, 또 평화나비학교나 동아리 친구들과 많이 참여했어요. 수행평가와 연계해 ‘20년간의 수요일’ 책을 읽고 독서 토론과 함께 수요시위 참여할 때 가져갈 수 있는 피켓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든 피켓을 교내에서 전시하고, 수요시위 캠페인에서 사용하기도 했어요. 다녀와서는 자연스럽게 소감도 나누고요. 수요시위는 확실히 아이들에게 ‘위안부’ 역사를 현재의 문제로 좀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였습니다. 연대의 힘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 문순창 :  저도 ‘초보 교사’ 시절이던 2015년에 학생들과 참여한 적이 있어요. 역사 동아리를 운영할 때였는데 지역 소도시에 살던 중학생 친구들을 데리고 상경을 했죠. 학생 중 하나는 운 좋게 현장에서 즉석 연대 발언도 했어요. ‘위안부’ 피해생존자 중 한 분께서 별세하셨던 주간이라 더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그 학생은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고 역사 방송 콘텐츠(‘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작가로서 일하기도 했어요. 교사 입장에서 수요시위는 훌륭한 역사교육의 장, 또 시민교육의 장이었어요. 교실 안에서는 그렇게 생생하게 역사와 대면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다만 감수해야 할 건 있었죠. 교장 선생님께 수요시위 참여에 대해 상의드리니 딱 한 마디를 하시더라고요. ‘야당에게 유리한 이슈인데 왜?’. 거리가 멀고, 학생 보호를 위한 부담 등의 문제보다 정치적인 해석과 위험을 우려하셨던 거예요. 다행히 초임 교사의 의욕과 애교를 받아주셔서 장거리를 뛰었었네요.

 

[사진 1] 정면으로 보이는 인물 왼쪽부터 문순창, 송은하, 배성호 ⓒpopcon

 

 

‘위안부’ 교육의 혼란과 상처

🧶 문순창 :  학생들의 수요시위 참여는 2019년 ‘정의연’에 관한 비판적 언론보도가 몰아쳤을 때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당시의 혼란, 상처에 대해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해 ‘위안부’ 교육 자체의 윤리성, 도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으로 치달았잖아요.

🧶 배성호 : 제게는 ‘위안부’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정도의 충격이었어요. 당장 교육청 등에서 진행되는 역사교사 연수에서 강제징용, ‘위안부’ 관련 내용이 나오면 정치 이슈 아니냐, 정당한 거 맞냐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이전에는 없던 질문들이었습니다.

🧶 송은하 : 맞아요. 실제로 엄청 예민한 정치 이슈였고, 역사교사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교육이 공식 교과 과정에 들어오고, 비중도 커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 안 교육이 취소되거나 줄어들지는 않았어요. 다만 체험 학습, 수요시위 참석 같은 학교 밖 활동이 주저되고 어려워졌습니다. 학교 밖 활동이 어려워진 이유는 학교장이 막아서 나가서 활동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 자기 검열을 강화한 측면이 컸다고 생각이 됩니다. ‘정의연'에 관한 보도의 진위를 떠나 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로 수요시위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시선이 생겼죠. 그 이후 수요시위에 가서 맞불집회를 여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중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하는 것에 불안함과 불편함을 함께 느끼면서 학교 밖 활동이 점점 주춤주춤하게 된 거예요.

🧶 문순창 :  송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신 오늘의 상황은 당시에도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었어요. 이 때문에 당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즉각 ‘위안부’ 교육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의 핵심은 “악의적인 비난과 선동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인권 향상을 위한 연구와 실천이 위축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죠.[1] 사건의 진실을 알기 어려운 시점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로 인해 ‘위안부’ 교육 자체가 오물을 뒤집어쓰고 부정당하는 건 너무 부당하잖아요. 하지만 ‘위안부’ 교육에 열심이던 교사들 사이에도 생각과 행보가 크게 갈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위안부’ 영화를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여파는 여전해요.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소녀상이 있는 수요시위 현장이 역사부정론자들에게 점령당해 어지럽잖아요. 거기서 펼쳐지는 장면과 구호 자체가 너무도 비교육적이거든요. 아이들과 접근 자체를 하기 어려워진 오늘의 상황이 몹시도 안타깝습니다.

🧶 배성호 : 저는 그때 굉장히 위험한 국면이고, 무서운 전략이 실행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한 단체에 대한 비판에서 끝나지 않고 시민운동 전반을 옥죄고 고사시키려는 시도가 읽혔거든요. 당장 제가 참여하고 후원하는 단체들이 회계상의 단순 실수로 전체 활동이 부정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어요. 특히 초등 현장에서는 우경화의 촉매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초등 교사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인 ‘인디스쿨’도 흔들렸어요. 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자,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하자며 다채로운 교육 활동을 함께 모색한 커뮤니티에서도 정의연의 ‘정’ 자만 꺼내도 껄끄러워할 정도였습니다. ‘위안부’ 교육과 관련 활동이 엄청나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죠.

 

 

거세지는 역사부정, 역사교육에 ‘특이점’이 온 걸까?

🧶 문순창 :  더 안타까운 부분은 학생들이 갈수록 역사부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에요. 학생이 극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와서 수업에서 ‘여성들이 원해서 갔다 왔다면서요, 돈을 벌기 위해 갔다던데요’라고 묻는 게 특별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이럴 경우 교사들이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발언하게 한 다음 사료와 근거를 가지고 그런 주장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함께 알아보는 방식의 수업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갈수록 ‘이게 단지 논리와 팩트 체크의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왜곡된 정보가 인지적인 것을 넘어 정서적인 기저에 깊게 깔리고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위안부’ 교육이 당위성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역사교육 전반에 어떤 ‘특이점’이 온 건 아닐까,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걱정스러울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 교사연수에서 만난 한 고교 선생님은 ‘학교 학생 중 절반이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한다’며 서글퍼하시더라고요. ‘위안부’ 교육과 탄핵 사태가 다르고, 지역과 학교에 따라 편차가 있으니 쉬 진단하거나 단정해서는 안될 거예요. 사안별로 다양성의 관점으로 보기도 해야 하고요. 이 부분은 미디어사회학자 박권일 씨가 예리하게 짚었듯 ‘대항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항 감정’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2] 탈진실 시대의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곱씹기도 합니다.

🧶 송은하 : ‘위안부’ 문제를 훨씬 전면적으로 다루는 고교 과정과 비교해 중등은 전근대사 중심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역사부정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본인이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거나 깊지 않거든요. 중학교의 경우는 오히려 일상에 파고드는 ‘혐오’의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어요.

🧶 배성호 : 세계시민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좁은 영역에 가두거나 쟁점을 외면하고 회피하기보다 솔직하게 대면하고 질문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위안부’ 문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단계를 고려한 가치 중심의 ‘키워드’를 ‘위안부’ 교육에서 활용해본 적이 있어요. 초등 수업에서 ‘8월 14일은 무슨 날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면 해맑게 ‘선생님 생일이요’부터 광복절 전날, 심지어 저도 몰랐던 ‘택배 없는 날’까지 다양한 대답이 나와요. 그럼 용기, 치유, 연대 같은 키워드를 놓고 8월 14일과 기림의 날을 설명합니다. 우리 사회가 공식화해 의미를 기념하는 날과 보편적인 가치를 연결하는 거죠.

사실 이런 시도는 이미 있어요. 광주시교육청과 5·18기념재단에서 3·4학년, 5·6학년 대상 ‘5·18 광주민주화운동 교과서(인정 교과서)[3]’를 만들었는데, 저는 5·6학년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3·4학년 교과서에서 ‘주먹밥’을 통해 용기, 치유, 연대 등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먹밥 서사를 가지고 묵직한 역사에 다가가게 한 겁니다. 교과서나 공식 간행물은 대개 원인과 경과, 결과, 의의로 이어지는 4단으로 구성됩니다. 제한된 지면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역사교육에서는 도식적인 전개를 허물 수도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 교사가 먼저 피해 서사나 정해진 답 위주의 교육을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고요. 초등 단계에서도 충분히 그런 접근이 가능해요. 8월 14일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니까 피해자 이미지로 고정된 역사에서 나아가 부당한 폭력을 고발한 김학순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의 용기, 이후 여성인권과 평화를 향한 걸음, 나눔과 연대의 ‘위안부’ 역사로 넓혀갈 수 있더라고요.

🧶 송은하 : 아, ‘5·18 교과서’에 대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지역 교육청에서 독립적으로 발간하는 인정 교과서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작한 ‘동아시아 평화 교재’(『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4]), 제주시교육청의 ‘제주4·3 교재(중등 4.3평화인권교육 교재 『청소년 4.3 평화의 길을 가다』[5])’ 등이 있어요. 비용 부담이 있지만 학교 단위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인정 교과서에 대해 교사들은 교재가 하나 더 나온 것만이 아니라 국가에서 관련 주제의 서술을 ‘공인’한다는 의미를 더 평가해요. 또 시의성 있는 사회적 의제화로 연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신력 있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에서 초등, 중등, 고등별 ‘‘위안부’ 교과서’가 나오면 학교와 선생님들이 정말 반가워할 것 같아요. 적극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 2] 왼쪽부터 '5·18 민주화 교과서' 표지,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표지, '청소년 4.3 평화의 길을 가다' 표지.


 

각주

  1. ^ 장지훈 기자, 「역사교사모임 "정의연 악의적인 공격 멈춰야…경청은 필요"」 뉴스1, 2020.05.15.
  2. ^ 박권일, 「폭주하는 극우를 이기는 법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한겨레, 2025.01.17.
  3. ^ 박래훈 외 6명, 『5·18민주화운동』, 광주시교육청, 2021. *아래 링크 주소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s://518.org/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51&boardNo=38044&searchCategory=&page=1&searchType=&searchWord=&menuLevel=3&menuNo=145
  4. ^ 하종문 등 6명,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서울시교육청, 2020. *아래 링크 주소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s://buseo.sen.go.kr/buseo/bu15/user/bbs/BD_selectBbs.do?q_bbsSn=1331&q_bbsDocNo=20210810141617000
  5. ^ 김창후 등 3명, 중등 4.3평화인권교육 교재 『청소년 4.3 평화의 길을 가다』, 제주시교육청, 2017. *아래 링크 주소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s://www.jje.go.kr/jse/board/view.jje?boardId=BBS_0000241&menuCd=DOM_000001005001000000&dataSid=51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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