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수업 속 ‘위안부’ 교육, 아이들과 함께 자랐다

문순창 배성호 송은하

  • 게시일2025.09.15
  • 최종수정일2025.09.17

역사 수업 속 '위안부' 교육, 아이들과 함께 자랐다
'2025 기림의 날' 기념 초·중·고 역사교사 대담 (1)

 

[사진 1]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popcon

 

웹진 <결>은 광복 80주년 '2025 기림의 날'을 맞아 서울길음초등학교 배성호 교사, 옥빛중학교 송은하 교사, 하안북중학교 문순창 교사 등 3명의 역사교사와 마주 앉았다.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있었던 1991년으로부터 약 35년,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진실 규명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기울여온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생애주기에 따른 정규 교육과정에 어떻게 녹아 있고, 미래세대와 어떤 교감을 나누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대담은 '위안부' 관련 교과서 서술부터 창의적 체험 활동 사례, 나아가 AI시대에 조응하는 역사교육의 방향 등 학교 안팎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학생들과 만나는 역사교사들의 열정적인 고민과 실천 이야기가 쏟아지는 자리이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다양한 과제를 부여받는 자리였다. 웹진 <결>은 7월 31일 오후 6시부터 한국YWCA연합회관 회의실에서 문순창 교사의 진행으로 이뤄진 대담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문순창 : 광복 80주년 기념일과 8월 14일 '기림의 날'을 앞두고 웹진 <결>에서 초·중·고 학교 급별 일본군'위안부' 교육을 주제로 역사교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제도권 혹은 비제도권 안에서, 그러니까 교과 및 비교과 과정을 통해 '위안부' 교육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시대적 상황과는 어떤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 등을 알아보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짚어보려 합니다. 역사교사로서 이런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랐는데, 오늘 그 장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해보겠습니다. 저는 현재 경기 하안북중 역사교사로 있는 문순창입니다. 이전 혁신학교인 운산고에서 근무할 당시에 고등 <동아시아사>와 고등 <한국사> 과목에서 '위안부' 관련 수업을 했었고, 2022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배성호 : 서울 길음초등학교 교사 배성호입니다. 2009년부터 교과서편찬위원으로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고, 일본 역사교사협의회 선생님들과 한일수업교류 모임도 10여 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 문순창 : 배 선생님은 사회 참여 교육으로도 유명하세요. 박물관을 지루한 곳이 아니라 호기심 가득한 공간으로 제안하고, 학생들과 안전지도로 동네를 바꾸거나 오래되고 좁은 교문을 4년에 걸쳐 바꾸는 학교 혁신공간 사례를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연결해 사회나 역사 쪽 관심사를 책으로 펴내는 능력도 탁월해 벌써 서른 권 넘게 펴내셔서 '월간 배성호'라는 별명도 얻으셨어요.

🧶 송은하 : 경기 양주에 있는 옥빛중학교 송은하 교사입니다. 사회교사였다가 2014년 역사로 교과목을 바꿨습니다. 2015년부터 의정부역사교사모임,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연계해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추진한 '평화나비학교'를 비롯해 '위안부'와 관련된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해 왔어요. 오늘 그 경험을 잘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2] 문순창 교사 ⓒpopcon

 

 

 

초등, 5학년 2학기 역사 영역에서 첫 대면… 한두 줄에서 언급에서 한 쪽 분량으로 늘어
중등, 2학년 역사1(세계사) 과목에서 2차 대전 중 전쟁 범죄 사례 중 하나로 수업
고등, 한국사 Ⅰ·Ⅱ는 공통이자 수능 필수… '위안부' 서술부터 탐구 활동까지 대대적

🧶 문순창 : 그럼 첫 대담 주제로 학교 급별로 '위안부'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교과과정 혹은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배성호 : 초등 교육에서는 현재 역사, 지리, 일반 사회 등 세 영역으로 구성된 사회 교과 중 5학년 2학기 역사 영역 단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일제강점기 침략 전쟁에서 가혹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부터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 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현재까지의 과정이 1쪽 분량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사실 제가 국정교과서편찬위원을 시작한 2009년 즈음만 해도 '성', '폭력' 등은 초등에서 지나치게 예민한 주제가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어요. 이때 최종순 선생님[1] 같은 선배 교사들이 징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군'위안부' 문제야말로 우리가 회피하지 않고 대면해야 할 역사라고 설득하고, 수업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정규 과정에 포함되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때는 피해 할머니를 교실로 직접 모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 송은하 : 중학 과정에서는 중2 세계사 교과서 5단원 중에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인권 유린 사례로 홀로코스트와 난징대학살,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이 2쪽 분량으로 담겨 있어요. 집중 탐구 주제로 난징대학살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와 홀로코스트 후 독일 정부의 태도 비교 등 몇 가지를 서술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계사 속에서 '위안부' 역사를 조망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다만 중3 역사2 교과서 내용을 보면 한국사 6개 단원 중 전근대사 비중이 5개 단원으로 높아지고, 현대사 부분이 거의 고등학교로 넘어갔어요. 나머지 한 단원에 개항기부터 현대사까지 압축, 소략되다보니 중3 역사 과목에서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 

🧶 문순창 : 고등 교과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고등학교 역사과 과목에서는 '위안부' 교육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대대적으로 늘어납니다. 고등 <한국사>가 공통 과목인데다 근현대사를 비중있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이기도 해요. 고교학점제가 되면서 학기별로 한국사 Ⅰ, Ⅱ를 이수하게 되는데, '일제강점기, 1987년 이전의 한국현대사, 1987년 이후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한국사 Ⅱ에서 '위안부' 문제를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어요. 몇몇 교과서 서술(2022 개정)을 예시로 보여드리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교과서는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여성들이 '성노예', 즉 '위안부'로 동원된 역사를 분명히 다룹니다. 그리고 각 교과서 별로 탐구 활동이나 특집 코너로 이전보다 심도있는 수준으로 위안부를 다루고요. 교과서 중 하나인 '해냄에듀'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평화인권 프로젝트'라고 해서 평화와 인권 실천가로서 피해 할머니들의 삶과 활동을 살펴보고,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도록 제시합니다. '동아출판' 교과서의 경우 '위안부'를 둘러싼 역사 부정 사례를 자세히 다루고 있고요. 양적 비중은 물론 질적으로도 깊이있게 '위안부'를 학습 요소로 다루고 있습니다.그리고 현대사 중 동아시아 역사문제 해결 관련 서술에서도 역사 갈등의 사례로 '위안부' 문제가 항상 포함됩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이를 둘러싼 논란도 배우고요. 

진로선택과목인 <동아시아 역사기행>은 과거 <동아시아사>를 이어 역사 기행이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한 과목입니다. 동아시아의 공존과 평화를 고민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데 여기에서도 '위안부'는 중요한 학습 요소 중 하나입니다. 

🧶 배성호 : 고1 공통 필수 과목 중 하나인 '통합사회' 평화 파트에서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배우고 있어요. 새 입시에서 소위 '문이과'나 희망 전공을 가리지 않고 수능을 치르는 모든 학생들이 보는 과목이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 과목은 전체를 아우르는 특성이 있어요. 특히 초등에서는 통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나 역사만이 아니라 영화, 그림, 책 등으로 얼마든지 연결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사진 3] 교과 과정 내 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부분. 왼쪽부터 초등학교-5년 2학기 역사 단원, 고등학교 한국사Ⅱ 교과서(동아출판), 고등학교 한국사Ⅱ 교과서(해냄에듀)

 

 

 

 

학생 주도형 프로젝트 활동의 모범사례 '평화나비학교'

🧶 문순창 : 개인적으로 예전에 전국역사교사모임 선생님이나 연구자들의 실천 사례를 「일본군'위안부' 수업 실천의 성찰적 진화」(2021)[2]라는 제목의 글로 정리해본 적이 있습니다. '위안부' 교육의 실천 양상을 3가지 시기로 분류했는데, 먼저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부터 일본의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의 역사 교과서 등장까지를 '1기-진실 알리기'로 분류했어요. 이 시기는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한 때입니다. 2기 '보편화 및 동아시아 역사문제로 확대'는 최종순 선생님 사례처럼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여러 수업 실천들이 주목받았던 시기입니다. 할머니를 직접 수업에 초청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대개 이때 많이 등장했고요. 김대중-노무현 정부부터는 '위안부' 이슈가 여성부 등 제도 안으로 편입되고, 정규 교과에 포함되는 등 '공식적인' 교육과 연구가 이뤄집니다. 역사교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비교과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3기는 성찰과 모색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라는 사건을 전후한 분기점에 주목합니다. 대중적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평화나비학교'의 활동 혹은 지자체나 지역 시민사회의 '평화의 소녀상' 세우기 운동처럼 학교 안팎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이 증가했고요. '위안부' 소재의 영화와 연극, 책 발간도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다루는 양상이 사회 각 분야로 뻗어나가는데, 아이들의 수요시위 참여가 활발해진 것도 이때에요. '위안부' 교육이 학교의 경계를 넘어 시민사회 등 세상과 연결되는 한편 민족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여성인권, 섹슈얼리티 등으로 어젠더가 발전하는 경향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학교나 교육청 등의 교육기관이 마을교육공동체 같이 지역사회와 협업하거나 청년, 전문가 등 학교 밖 자원과 연계한 사업도 많이 시도됐습니다. '경기 꿈의 학교'와 같은 정책도 그런 사례인데요. 그 중 가장 성공한 사례가 '의정부 평화나비학교'예요. '위안부' 교육을 주제로 한 훌륭하고 역동적인 실천 사례이죠. 실무자로도 깊이 관여하신 송 선생님께서 이 경험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송은하 : 2015년, 평화나비학교는 경기도 교육청 꿈의 학교의 하나로 지역의 시민단체인 의정부 희망교육네트워크가 주관하고 의정부역사교사모임이 협력하며 전개되었어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 11월 3일 학생의 날 제막식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했습니다. 학생 60명을 목표로 모집을 시작했는데 100명이 신청해 저희도 놀랐죠. 학생 모집이 이루어진 후 할머니들의 용기와 '위안부'의 역사, 당시 20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이어온 수요시위 이야기 등을 담은 『20년간의 수요일』을 읽은 뒤 함께 독서 토론을 하고, '캠프'를 열어 나눔의 집과 평화의 쉼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의 기관을 방문해 할머니를 직접 만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어요. 수요시위에 참여한 뒤 근처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플래시몹도 하고요. 이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어요. 의정부, 양주, 남양주, 포천 등 경기북부 지역의 역사교사로 구성된 의정부역사교사모임의 선생님들이 '위안부' 공동수업을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을 펼쳤어요. 평화나비학교 학생들도 의정부 교육희망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소녀상 건립 성금 모금을 위한 바자회, 의정부역, 행복로 플래시몹, 노란 나비만들기 체험 등 캠페인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을 이어갔어요. 7월부터 11월까지 약 넉 달 동안 주변 초등학교와 대학교로도 확산되며 총 33개 학교가 모금활동에 참여했고, 이 모습이 지역사회의 단체와 시민들에게 영향을 주어 적극적인 성금 모금이 이루어졌어요. 11월 7일 드디어 의정부역 광장에서 성대하게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어요. 소녀상 옆에는 아이들이 작성한 '청소년평화선언문' 안내판도 나란히 설치했어요.

소녀상 건립 그 자체로 훌륭한 성과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화나비학교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요시위 활동을 주관하고 플레시몹을 제작하고 소식지를 제작하는 등 주도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 했어요. 교사로서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어요. 또 학교와 지역, 시민사회의 폭넓은 연대가 캠페인의 동력으로 작용한 점 등 과정에서 '위안부' 역사를 경험하고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고요. 이후 학생의 날 즈음에 의정부 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기념할 수 있는 수업과 일본군'위안부'문제 관련 공동실천 활동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어 학생들과 <눈길>, <어폴로지(The Apology)> 같은 작품으로 공동체 영화 상영회 등을 열어 코로나 전인 2019년까지 이어갔어요.

 

[사진 4] 의정부여고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제공: 송은하)

 

 

🧶 문순창 : 창의적 체험 활동은 교내 동아리 활동부터 소소한 자율 활동, 진로 활동까지 포괄하고, 학교 담장을 벗어나 시민사회, 지역사회와 역동적으로 네트워킹까지 가능해요. 평화나비학교에는 이 모든 활동이 다 녹아 있어 울림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이화여고 동아리 '주먹도끼'에서 시작한 '전국 100개 학교 작은 소녀상 세우기 프로젝트'도 화제였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비교과 활동 사례가 있을까요?

🧶 배성호 : 초등에서는 영화를 많이 봤어요. 초등 역사교사 수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인디스쿨'이라는 커뮤니티에서 많은 선생님이 추천한 <아이 캔 스피크>가 대표적이에요. 역사와 서사가 함께 있을 뿐 아니라 국어적 접근, 사회통합적 접근까지 되는 영화니까요. 수요시위와 학생 자치를 연계해 보기도 했어요. 초등 사회과 단원에서 서술하고 있는 학생 자치와 민주주의, 학교  자치 등을 실현하는 과정으로요. 

그런데 아까도 언급했지만 초등생들에게 '성폭력'을 가르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예요. 개인적으로는 기존 통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범교과 교육과 연결해 고민하는 중인데, '홀로코스트 없는 홀로코스트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하는 독일의 방식을 차용해 초등 저학년부터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성교육, 인권교육에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성폭력이나 집단학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 강제와 차별 등에 대한 관점으로 정서적인 충격은 완화하면서 발달 단계에 맞게 다가갈 수 있거든요.

 

 

[사진 3] 송은하 교사 ⓒpopcon

 

 

 

'불편한 역사'를 직면하는 역사교사의 고민

🧶 문순창 : 배 선생님의 고민과 연결해 소환되는 기억이 있는데, '불편한 역사(difficult history)'라고 번역되는 역사 교육계의 개념입니다. 잔인한 폭력, 트라우마처럼 어렵고 민감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지에 대한 논의에서 파생된 개념인데, 논자에 따라서는 폭력사(폭력의 역사를 통한 평화교육)'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3] 

2016년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위안부' 서술 누락 및 축소 논란이 있었죠. '위안부라는 표현을 빼고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는 서술, '위안부' 관련 사진 삭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어요.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2015년 한·일 합의'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의견이 부딪혔어요. 교육 현장에서는 꾸준히 직면해야 하는 '불편한 역사'를 가르치는, 나아가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배성호 : 사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지는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 사회문화적 환경 등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잖아요. 때문에 어려움이나 논란보다 개탄스러웠던 점은 건강한 토론을 막고, 얼버무리고, 언급조차 불편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해진 초등 성교육이 과거 터부시된 것처럼요. 다행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일본군'위안부' 역사를 공식 교육 과정 안에서 보편성을 바탕으로 다뤄야 한다는 합의를 진전시켜 왔고, 이 자체로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 송은하 : 지금 중2 수업을 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어려움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교과서 서술도 '세계사' 중 전쟁 범죄와 관련된 인권 유린 사례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불편한 느낌은 적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현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위안부' 수업을 하고 있어요.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평화나비학교 이후에 양주 등 새로 소녀상이 세워진 곳을 방문하거나 관련 역사적 내용을 살펴보고, <눈길>이나 <아이 캔 스피크> 같은 영화도 봐요. 2~3학년인 저희 동아리 학생 16명 중 13명이 남학생인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연히 배우고, 해결되어야 할 역사로 무난히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 문순창 : 많은 중등 역사교사들은 '위안부' 역사를 '불편한 역사'라는 개념과 연결해 이야기할 때 학생들과 할머니들의 증언이나 당시의 기록을 읽으면서 피해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단순히 피해 사실을 다루는 것보다는 전시에 일어난 약자에 대한 폭력, 전쟁의 도구나 자원으로 여성을 활용해온 제도와 구조를 함께 보아야 보다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폭력의 구조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수업을 역사교육을 통해 시도하는 것이죠.

아울러 요즘은 피해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머물지 않고 전시 성폭력에 대한 반대처럼 보편적인 인권 활동으로까지 나아간 할머니들과 우리 사회의 '실천의 역사'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로 전시된 삶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당사자로,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실천가로서의 삶을 아이들에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보거든요. 평화교육 혹은 전시 성폭력 문제 같은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렌즈로 위안부 교육을 확장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4] 배성호 교사 ⓒpopcon

 

 

각주

  1. ^ 前 초등교사. 어린이와 역사교육에 관심이 많아 역사초모, 역사교육연구소 등에서 활동했으며,  일본 도쿄대학교 교육대학원 연구생으로 와코소학교 사회과 수업에 참여하고,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대회에서 수업 사례 발표하는 등 역사 갈등과 평화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교육 실천을 이어갔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교실로 초대하거나 관련한 영상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위안부’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천했다.
  2. ^ 문순창, 일본군 '위안부' 수업의 성찰적 진화 <역사와 교육> 20호 p.88-108 , 2021.
  3. ^ 이동기는 평화사가 폭력의 원인 분석을 통해 평화의 조건을 규명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피력한다. 이동기, '평화사란 무엇인가?' <역사비평> 106호 p.16-3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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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문순창

경기 광명시 하안북중학교 교사

bangsoon87@naver.com
글쓴이 배성호

서울 성북구 서울길음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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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은하

경기 양주시 옥빛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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