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사진으로 만나는 박필근

포항여성회

  • 게시일2021.08.30
  • 최종수정일2022.11.25

28년생 박필근. 그에게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텃밭을 가꾸고 화투를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는 순간에도 그의 주변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2021 기림의 날 특집]을 준비하며 박필근의 다양한 일상 풍경을 모아보았다. 경북 포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와 연이 깊은 포항여성회로부터 사진을 제공받아 그 삶을 들여다봤다. 삶의 고단함을 버텨낸 온화하고도 강인한 얼굴과 단단한 손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이름, 박필근. 모쪼록 그의 건강한 웃음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남은 생에 따사로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늘 함께 하기를.

 

1999.10. 할머니 생신잔치 ⓒ포항여성회
포항여성회에서 할머니 생신잔치를 열어드렸다. 포항여성회 활동가들과 동네 주민들 10여 명이 할머니 댁에 모였다. 할머니는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계신다. 포항여성회 송애경 전 회장은 ‘모처럼 장구가락에 신명 났던 할머니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던 날’로 기억하고 있다.


2015.11.17. 포항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포항여성회
2015년 포항 평화의 소녀상 설치와 함께 제막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포항평화나비 청소년 지킴이단과 함께 사진을 찍은 할머니. 소녀상의 손을 쥐고 있는 할머니의 작은 손에 눈길이 간다.


2019.2.1. 할머니와 유모차 ⓒ포항여성회
할머니에게 유모차는 필수다. 유모차를 끌고 마실도 다니고, 경로당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의 친구들도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시거나 요양원으로 가셔서 “만날 사람이 없다”며 많이 아쉬워하신다. 할머니 예전 사셨던 흙집 평상 위로 요강도 보이고, 볕에 곱게 말린 대추도 널려있다. 이렇게 부엌 문 앞엔 할머니의 알뜰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2019.4.22. 할머니에게 새집이 생긴 날 ⓒ포항여성회
할머니는 60년 된 흙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가난하게 사셨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이었지만 할머니에겐 더없이 고마운 곳이었다. 2019년 할머니에게 새집이 생긴 날, 할머니 댁을 찾은 손님들이 흙집에 모여있다. 아쉽게 이 집은 2021년에 헐렸고 그 자리는 할머니의 텃밭이 되어 토마토와 고구마가 잘 자라고 있다.


2019.9.21. 평화나비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 ⓒ포항여성회
포항평화나비 청소년지킴이단과 함께 소박한 생신잔치를 한 날, 포항평화나비 티셔츠를 입고 학생들을 그윽하게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따뜻하다.


2020.9.28. 할머니의 기다림 ⓒ포항여성회
찾아오는 이가 없어도 늘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시는 할머니.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못할 때가 많아 타지에 있는 아들의 걱정을 사기도 하신다. 오늘도 할머니는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여름 볕에 잘 자란 옥수수가 가지런히 널려있는 모습이 정겹다.


2020.9.28. 할머니와 화투 ⓒ포항여성회
할머니는 심심할 때, 밤에 잠이 안 올 때 혼자 화투를 치신다. 간혹 손님들이 와서 화투패를 나누어 칠 때면 더없이 좋아하신다. 사진 속 오늘은 새 신발도 생기고, 화투를 같이 쳐줄 이도 있는 날이니 할머니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할머니 얼굴에 언제나 이만큼의 밝음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2021.6.11. “농갈라 묵으세이~” ⓒ포항여성회
마당 한 켠, 아들이 만들어준 비닐하우스에는 쑥갓과 열무, 상추가 한가득이다. 여름 내내 도랑물 주고 정성껏 키운 상추는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내릴 정도로 연하디 연하다. 
이 귀한 것을 먼 길 온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시는 할머니. 
“더 가져가소, 가가 농갈라 묵으세이~”(더 가져가세요. 가서 나눠들 드세요.)
결국 무성했던 상추밭은 초토화가 되지만 더 줄 것이 없는지를 찾는 할머니의 손은 바쁘기만 하다.


2019.5.10. 할머니의 위대한 손 ⓒ포항여성회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부지런한 손 덕으로 먹고살았다는 박필근 할머니.
“할매요! 할매 손이 보통 손이 아이시더~~ 할매 손 한번만 찍어 보시더!” 
“아이고 손은 말라꼬~” 하시면서 보기 좋게 손을 펼쳐 놓으셨다.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손, 삶을 지탱해 준 고마운 손.
할머니의 이 위대한 손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2020.9.28. 할머니의 배웅 ⓒ포항여성회
할머니 댁을 다녀오는 길에는 언제나 할머니의 배웅이 함께 한다. 떠나는 이들의 차가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잘 가세이~ 또 오세이~”라고 손을 흔들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신다. 할머니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는 길은 그래서 늘 뭉클하다.

 

사진제공: 포항여성회
편집: <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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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포항여성회

우리사회의 성차별, 불평등, 부조리를 없애나가며, 여성 인권에 관한 다양한 지원과 함께 여성의 시각으로 우리사회의문화와 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평등, 자유, 박애를 실천하고 건강한 시민사회 수립을 위한 시민사업을 전개하고자하는 여성운동단체.

1995년 5월 12일 창립하여, 여성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박필근 할머니 구술생애 조사활동 및 구술생애사 자료집 제작' 및 창작 판소리 <박필근뎐>을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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