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장’을 줌인하다 - 영화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인터뷰

김은경

  • 게시일2021.08.15
  • 최종수정일2022.11.25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주전장’은 어디일까. 최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내용을 논문에 실어 논란을 일으킨 하버드 교수 사건만 보더라도 주된 싸움터 중 하나가 미국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Miki Dezaki) 감독의 다큐멘터리 <주전장>(2019)이 갖는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을 가로지르며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세밀하고 촘촘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현재 각국에서 ‘위안부’ 이슈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감독은 일본 우익세력의 목소리를 전면에 담아냄으로써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고 교묘해진 ‘부정론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쟁 범죄와 제국주의적 침략을 부정하는 것일까. 그들을 넘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개진되어야 할까. 이를 묻고 답하기 위해 김은경 한성대 상상력교양대학 교수가 인터뷰어로 나서 미키 데자키 감독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대화를 전한다. 

 

미키 데자키 감독 ©시네마달


Q. <결>의 독자들을 위해 감독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 <주전장>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미키 데자키입니다.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영화의 제작 동기와 기획 의도를 알고 싶습니다. <주전장>을 통해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나요?
저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태국에서 불교 승려로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면과 외면의 평화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지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학문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이 계속 갈등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적이 많았는데요. 두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을 화합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문제 중 하나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볼 때, 갈등은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다양한 맥락과 정보를 담은 영화를 제작한다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서로의 관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양국간의 화해, 정의,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 다큐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제가 영화를 통해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이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인지 인식하고, 이들이 자국의 언론을 통해 전달받는 많은 정보들이 서로에 대한 증오와 반감을 부추기는 식으로 필터링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다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면,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봤을 때 ‘위안부’ 제도는 일본군의 성노예 제도였음이 상당히 분명하며, 일본 정부가 이러한 역사를 삭제하려는 행위는 ‘위안부’ 제도 피해자들에게 부당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Q. 내레이션을 통해 감독님의 시각과 목소리를 노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본계 미국인 남성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제가 직접 내레이션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온갖 연구조사와 인터뷰를 하며 복잡한 과정을 겪은 끝에 최종 편집 작업을 하면서, 관객들도 나와 같은 여정을 경험한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 다큐를 위해 연구조사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제가 느꼈던 힘들고 복잡했던 감정들을 관객들도 경험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지요.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이유는 이러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 제3자인 동시에, 그런 전쟁범죄를 저지른 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관객들에게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본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경험이 있고 부모님도 일본 분들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미묘한 뉘앙스를 비일본계 미국인들보다는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일본인들은 제가 일본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을 존경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전장> 스틸컷 ©시네마달


Q. 왜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침략과 ‘위안부’ 피해를 부정할까요?
저도 그 점이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 정부와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국제적인 평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들여서 그러한 역사관을 전파하고 있거든요. 제가 볼 때 그 이유는 일본인들이 다른 아시아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우익 집단을 형성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천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려고 하던 사람들처럼,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국민 집단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이것은 자민당과 일본회의(日本会議)가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재군비를 추진하려는 야욕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일본이 다른 국가들보다 우월하고 순수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많은 일본인들이 군대를 지지하고 입대를 마다하지 않게끔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국가가 과거에 무력을 남용하고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게 되면, 그 국민들에게 군대를 지지해 달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Q. 미국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일본 정부나 사회단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미국에 있는 일본계 미국인 단체 일부가 일본 역사수정주의자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들의 리더들은 미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심포지엄을 열고 기금 모금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영화에도 출연했던 일본회의 도쿄 본부장인 가세 히데아키(加瀬英明)는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서 한 일본계 미국인 단체가 제기했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소송을 위해 백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힘썼습니다.  LA 일본 영사관도 그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런 사회단체들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일본 정부 역시 동일한 명분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 일본계 미국인 단체가 제기한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 소송에 대해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와 같은 지지 서한을 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 소녀상을 철거하기를 원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민 1세대(즉, 일본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세대) 일본계 미국인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민 2,3,4세대 일본계 미국인들은 차별당하는 입장에 놓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더 잘 알기 때문에 ‘위안부’ 운동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Q. 이른바 ‘램지어 사태’로 미국의 역사수정주의 학자들이 새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들이 주로 어떤 활동과 발언을 해왔는지 알고 싶습니다.    
램지어 교수 사건은 미국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인 권위를 이용해 연구의 질이 떨어지는 논문을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함으로써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행히도 많은 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반박을 했고, 이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램지어 교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 학자들이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역사관을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책을 쓰고 대담을 하며 일본의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사람이 제 영화에도 나왔던 켄트 길버트(Kent Gilbert) 변호사입니다. 그는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역사관을 지지하는 유명한 책들을 발간한 바 있고, 극우 TV 프로그램에 정기적인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또 몇몇 미국 학자들이 이와 동일한 행보를 보이면서 일본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현상이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 보수우익들이 자신의 역사관을 백인 미국인들에게 검증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주전장> 스틸컷 ©시네마달


Q.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신)냉전체제와 동북아 안보논리를 내세운 미국의 ‘보이지 않는’ 역할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주전장’인 미국은 이 문제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시나요? 
영화 후반부에 보면, 우리가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면서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꽤 큰 역할을 했다는 제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미국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한국을 위한 진정한 화해와 정의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화해를 두고 한국과 일본을 밀어붙인 게 분명해 보입니다. 저는 미국인으로서 이 내용을 제 영화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즉, 미국인들에게 한일 ‘위안부’ 문제는 우리와 동떨어진 일이 아니고, 미국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문제 해결과정에 참여하고 정의를 위한 운동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미국 일각에서는 과거 미국 내 소수인종들에 행해졌던 차별행위들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의 역사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기록됐는지 살펴보고 있지요. 저는 이 영화를 계기로 미국도 다른 나라들에 행했던 부정적인 행위들을 살펴보고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Q. 글렌데일의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초국적 기억 형성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평화의 소녀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계 미국인 단체들과 일본 영사관이 이 소녀상에 대해 너무 심한 반대를 하는 바람에 여러 미디어의 조명을 받게 됐기 때문이지만요. 일본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고 있기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세계가 이 중요한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일본에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본이 이 역사를 지우려고 할수록, 이 소녀상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Q. 다큐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다큐를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만,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한 독일 사학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문서로 기록된 것들을 가장 강력한 역사적 근거 자료라 여기고 구술 증언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역사로 기록된 문서들은 특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남긴 자료라는 것입니다. 만약 문서 기록에만 의존해서 역사를 쓴다면, 정부 엘리트 시각에서 본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구술 증언은 보통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근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일본은 과거 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대부분의 문서들을 태워버리고 일본인들이 알기를 바라는 문서만 남겨두었습니다. 따라서 역사를 쓸 때에는 문서기록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Q. <주전장> 개봉 후 영화에 출연한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그들은 이 영화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들은 제 다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기사를 쓰고, 동영상을 제작하고,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공격을 꼽자면, 제가 단순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자신들을 속였기 때문에 이 다큐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저를 고소한 것인데요. 이들은 저와 인터뷰를 할 때 자료이용 공개 허가서(release form)에 모두 서명을 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소송이 공적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전략적 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즉 겁을 줘서 상대방을 침묵하게 만들려는 소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송은 사회 전반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예술가, 활동가 등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나중에 소송당할 것이 두려워 권력을 가진 단체나 사람들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SLAPP소송이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인정되면, 그러한 소송을 제기한 개인이나 조직에 벌금형을 내리는 SLAPP 금지법이 있습니다.  

​​​​<주전장> 스틸컷 ©시네마달

 

Q. <주전장>에 대한 각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독일 관객이 이 문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독일이 과거에 전쟁 범죄를 저지른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독일 관객들은 일본인들이 자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과거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미국 관객들도 이 이슈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는데요. 미국인들은 특히 여성의 인권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투 운동’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미투 운동’ 참여 여성들의 경험과 연결해서 동질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젊은 여성분들이 저에게 ‘이 문제가 단순히 두 나라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인권과 여성의 권리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지지하는 일본인 학자들과 활동가들을 보고 이를 깨달았다고 했는데, 한국 언론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청년들이 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줬을 땐 희망을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특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많은 젊은 이들이 자신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리고 일본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이 다큐에 나온 내용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정부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 과거 문제에 분노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국인들은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 일본 미디어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수정주의적 관점만 보도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됐다고 하는 일본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웠고, 자신이 예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Q. 일본군‘위안부’ 역사는 현재 젠더 불평등을 포함한 글로벌 인권 문제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요? 
‘위안부’ 역사는 글로벌 인권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는 한국인들이 물건이나 화물처럼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성을 박탈당했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가 여성에게 국한됐으며, 남성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위안부’ 역사는 여성의 권리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사회적인 수치심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자신의 피해 경험을 숨겨야만 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위안부’ 역사는 여성의 권리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지금도 역사를 삭제하려는 일본 정부에 의해 다시 한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Q. 차기작 계획이 있으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현재 차기작을 위해 리서치를 하는 중이지만, 구체적인 주제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간의 또 다른 정치적 이슈를 다루게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와 제 영화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요즘 소송에 대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는데, 많은 한국 분들이 보내주신 따뜻한 메시지들이 저에게 정말로 많은 힘이 됩니다. 언젠가 코로나 팬데믹이 잠잠해지면 한국에 가서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싶습니다. 부디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인터뷰어: 김은경 한성대 상상력교양대학 교수
인터뷰이: 미키 데자키 감독
인터뷰 도움: ㈜시네마달
일시: 2021.07.06.
글쓴이 김은경

한성대학교 소양핵심교양학부 교수이다.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2024, 공저), Rights Claiming in South Korea (2021, 공저), 『학생 문화사, 해방에서 4월혁명까지』(2018) 등을 썼다. 한국 현대사 전공으로 소수자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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