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는 왜 수요시위에 연대하는가

남유진

  • 게시일2024.11.26
  • 최종수정일2024.11.29

한국YWCA는 왜 수요시위에 연대하는가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2023년 11월과 2024년 2월, 두 차례 주관한 수요시위를 통해 전 세계의 전시 성폭력을 비롯해 각종 폭력에 저항하겠다는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의 길에 앞장서고 있다. 2024년 11월에는 세 번째 수요시위도 주관할 예정이기도 하다. 한국YWCA연합회가 왜 수요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그 활동과 연대의 의미를 남유진 성평등정책위원장이 소개한다. 

 

"지난 30여 년간 이 자리에서 1,622회 외침을 통해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사죄와 규명을 요구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전시 성폭력에 대한 부정과 정당화를 도모해왔다. 여기에 모인 우리는 전 세계의 전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하루속히 선행되어야 하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지난 2023년 11월 15일, '제162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국YWCA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의 일부이다. 한국YWCA연합회가 처음으로 주관한 이날 수요시위는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길에 국내 시민단체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대시민 선언이자 약속이었다. 

한국YWCA는 1922년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로 창립한 이래 청년운동, 여성운동, 기독교운동, 국제운동 등을 펼쳐 온 운동체이다. 인종, 종족, 성, 계급 등 모든 차이를 넘어서서 인간은 하나이며, 독립적 주체로서의 여성과 회원이 한국YWCA연합회의 주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YWCA연합회는 '성평등 관점을 반영한 정의로운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 사회 구축'이라는 '2024~2025 비전'을 제시하며 '탈핵기후생명운동'을 중점운동으로 설정하는 한편 성평등운동, 평화·통일운동, 청(소)년운동 등 YWCA 목적에 기반한 운동을 지역 특성에 맞게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기서는 한국YWCA연합회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해 온 궤적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첫 수요시위 주관… 맞잡은 손, 연대의 과정

한국YWCA연합회는 2023년 1월부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네트워크(이하 정의연 네트워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연대와 단체 간의 활발한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분쟁 하 여성 인권 침해 및 성착취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결정이었다. 정의연 네트워크에는 한국YWCA연합회 외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연대, NCCK여성위원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이화여대민주동우회 등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관심있는 여성·인권·평화 관련 국내 시민단체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정의연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한국YWCA연합회는 1622차와 1635차 수요시위를 주관했으며, 2024년 하반기에도 한 차례 더 주관할 예정이다. 2023년 11월 15일, 1차로 주관한 수요시위에서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고,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 법적 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전쟁에 반대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롯해 각종 폭력에 저항하겠다는 평화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선 일본의 니시야마 나오히로 '오사카유니온네트워크' 대표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기시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본 정부의 진지한 사죄와 배상을 얻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라며 "(연대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놀랬다. 말하는 것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 (모든) 말이 봉오리가 돼서 활짝 피어나고 있다. 여러분, 사랑한다"는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수요시위 마지막 순서인 성명서 낭독을 맡은 한국YWCA연합회는 "삼 십여 년간 이 자리에서 1,622회의 외침을 통해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사죄와 규명을 요구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전시 성폭력에 대한 부정과 정당화를 도모해왔다"며 "여기에 모인 우리는 전 세계의 전시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하루속히 선행되어야 하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1] 2023년 11월 15일 열린 제1622차 수요시위는 한국YWCA연합회가 처음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사진 제공:한국YWCA연합회)

[사진 2] 2023년 11월 15일 열린 제1622차 수요시위는 한국YWCA연합회가 처음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사진 제공:한국YWCA연합회)

 

 

일본 청년 활동가들과 함께 한 1635차 수요시위

2024년 2월 14일, 2차로 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한 1635차 수요시위에는 특별히 제21차 한·일YWCA청년협의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YWCA 청년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일본YWCA 청년 활동가들은 연대 발언과 특별 합창을 통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여정에 힘을 실었다. 

미카 미나미 일본YWCA 활동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며, 우리 세대가 한·일의 틀을 넘어 연결되고, 이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이 '나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그 책임과 마주하는 첫 걸음을 떼게 하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에리 카와고에 일본YWCA 활동가 또한 "여기 있는 사람들이 홀로 사회와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오늘 우리가 여기서 만났다는 것을 떠올렸으면 한다."는 응원을 전해 환호를 받았다. 

특히 에리 카와고에 활동가는 함께 연대 발언에 나선 일본 릿쿄대학교 겸임 강사이자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회원인 이령경 작가의 수업을 대학에서 수강한 남다른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이령경 작가의 평화학, 인권 관련 강의에서 '위안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전시켰다는 에리 카와고에 활동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바다 건너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선 것이었다. 열정적으로 수업했던 강사와 그 수업에서 눈을 반짝이던 학생은 특별한 현장에서 연대 발언자로 함께 나선 이 우연한 만남에 서로 놀랐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확장하는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사진 3] 2024년 2월 14일, 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한 제1635차 수요시위 모습 (사진 제공:한국YWCA연합회)

[사진 4] 2024년 2월 14일, 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한 제1635차 수요시위 모습 (사진 제공:한국YWCA연합회)

 

 

제68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여하다

한국YWCA연합회의 연대 목소리는 국외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3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제68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68)에 참여해 '전시 성폭력과 전후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한 주제 발표를 했다. 2024년 3월 11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본회의 일정이 진행된 'UN CSW68'의 주제는 '빈곤 해결과 젠더 관점에서의 제도와 재정 강화를 통한 모든 여성과 소녀들의 성평등 달성 및 역량 강화 가속화(Accelerating the achievement of gender equality and the empowerment of all women and girls by addressing poverty and strengthening institutions and financing with a gender perspective)'였다. 

UN CSW68은 장관급 회의인 본회의(Official Meetings), 정부 및 국가기구 운영 행사인 부대 행사(Side Events), UN ECOSOC 협의 지위(편집자주-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비영리 민간조직인 NGO가 유엔에 공식적으로 등록돼 얻은 지위) NGO 행사인 병렬 행사(Parallel Event)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국YWCA연합회가 발표한 부분은 병렬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정의연의 협조를 받아 준비한 발표를 통해 한국YWCA연합회는 한국이 경험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과 이후 피해자가 겪는 교차적인 피해와 빈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제 발표 후 패널로는 우크라이나YWCA 율리아네츠 회장, 한국YWCA연합회 이한빛 간사, 일본YWCA 마이코 활동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니키 목사 등이 참여해 토론과 발언을 이어나갔다. 한국YWCA연합회의 발표와 토론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다시 한 번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 전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진 5] 한국YWCA연합회는 2024년 3월, 뉴욕에서 열린 제68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68)에 참여해 '전시 성폭력과 전후 페미니즘 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제공:한국YWCA연합회)

 

 

여성 인권 향상 위한 함께 걷기

한국YWCA연합회는 끊임없이 굴종을 요구한 일제강점기에도 한국 여성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고 인권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활동에 동참해 왔다. 이러한 역사와 관점을 기반으로 한국YWCA연합회는 관련 활동을 뉴스레터로 공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와 함께 할 것이다. 또 중점 운동 아젠다인 '탈핵기후생명운동'을 중심으로,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전 세계 여성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일'임을, 지속적으로 전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바로 '연대'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견지하며 이를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은 전 세계 여러 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는 등 초국가적 여권 운동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 사이 수요시위는 1700차를 향해 가고 있다. 그간 두 차례 수요시위를 주관한 한국YWCA연합회는 2024년 11월 세 번째로 주관을 맡기로 했다. 과거에 그래왔듯이, 현재 그렇듯이, 미래에도 한국YWCA연합회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의 길에 동행할 것이다. 이 땅과 이 땅이 아닌 곳 모두에 상존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근절하기 위해 함께 걷는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글쓴이 남유진

한국YWCA연합회 이사와 성평등정책위원장이자 서울대 교육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젠더와 교육, 사회정의를 위한 교육의 역할과 실천에 대해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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