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 제도
윤명숙 지음, 최정원 옮김, 이학사, 2015.
추천 편집위원 : 류광옥(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
2015년 출간된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 제도』는 위안소 제도를 입안한 일본군의 매뉴얼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고, 위안소를 운영하고 감독한 기록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군이 위안소 제도를 입안하게 된 이유, 위안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관여한 실태, 그리고 위안소로 '위안부'를 이송하는데 관여한 사항 등을 집요하게 실증해낸다. 이 책의 진가는 일본군 위안소 제도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 2부에서는 일본군이 입안하고 운영한 위안소에 동원된 조선인 군'위안부'에 관해 다루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조선인 군'위안부'를 만든 식민지 시기 조선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소 제도는 일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위안소 제도에 대한 일본군의 책임은 전쟁 책임이다. 그러나 이 위안소에 조선인 군'위안부'가 징집된 이유는 조선이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인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식민지 책임이다.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구별은 명확하다. 그러나 식민지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조선인 군'위안부' 문제는 식민지 시기 조선의 상황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 선명하게 그리고 무겁게 실감하게 되었다. 조선인'위안부' 희생자를 만든 것은 전쟁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식민지라는 무거운 돌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여사의 증언을 계기로 '위안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피해자의 증언이 주는 충격은 대단하다. 피해자의 증언은 우리의 감정을 쉽게 움직인다. 그러나 피해자의 증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피해의 회복으로 나아가게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이 지나칠 정도로 견지하고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는 증언이 감정으로 휘발되지 않고 피해의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증언에 무거운 추를 달아주고 있다.
6. 빨간 기와집
가와타 후미코 지음, 오근영 옮김, 꿈교출판사, 2014.
추천 편집위원 : 임경화 (중앙대 중앙사학연구소)
이 책은 일본의 논픽션 작가 가와타 후미코가 오키나와에서 살고 있던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을 다년간 취재하고 그녀의 삶을 기록한 작품이다. 그 피해 여성은 바로 1975년에 최초로 일본군'위안부'임을 증언한 배봉기이다. 배봉기는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일본 본토 진격을 막기 위한 희생양으로 선택된 오키나와 전투에 '위안부'로 동원되어 도카시키 섬에서 일본군의 성적 '위안'을 강요당한다. 이 책의 제목인 '빨간 기와집'은 주민들과의 소통이 통제된 섬마을 어귀의 '위안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봉기가 머물던 빨간 기와집은 미군의 집중공격에 노출되어 6명의 동료 중 3명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고 2명은 가까스로 탈출한다. 남겨진 봉기와 또 한 명의 조선인 여성은 전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키나와를 방랑한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에 충남 신례원에서 머슴의 자식이라는 박복한 운명을 타고난 봉기가 정처 없이 떠돌다가 결국에 일본군'위안부'가 되어 오키나와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 그녀와 함께 오키나와의 섬으로 끌려왔던 여자들이 그 후의 운명을 찾아가는 이야기, 한국행을 거부하는 봉기를 대신해서 한국을 찾은 가와타 후미코가 봉기의 언니 봉선을 만나는 이야기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와타를 통해 각자의 소식을 전해 들은 봉기와 봉선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차라리 (소식을) 안 듣는 게 나았다고 하는 장면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들의 이산과 방랑은 고국이 짊어진 식민지 지배라는 역사의 무참함을 빈곤 계급이라는 저주를 안고 태어나 '위안부'가 되어 전쟁터로 끌려가야 했던 여자들의 숙명이었을 것이라고 가와타는 말한다.
7.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후지메 유키 지음, 김경자, 윤경원 옮김, 삼인, 2004.
추천 편집위원 : 이선이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이 책은 근대국가 일본이 민족과 계급을 교직(交織)하여 성과 생식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근대국가의 (여)성관리 양상을 비교사 속에 두고 논하고 있어, 공창제나 일본군'위안부' 제도를 일본 사회의 특수성 안에 가두지 않는 현명함도 잃지 않고 있다. 근대 이후 성의 역사를 국가(민족), 젠더, 계급을 교차시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8. 일본인 '위안부'- 애국심과 인신매매
니시노 루미코, 오노자와 아카네 지음, 번역공동체 '잇다' 옮김, 논형, 2021.
추천 편집위원 : 심아정(독립연구활동가)
'매춘부였으니까 피해자가 아니다.' 전(前) 일본인'위안부'는 정조 이데올로기의 낙인이 찍힌 채 오랜 시간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 2000년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 일본인'위안부'도 피해자임이 인정되었지만, 그 후 수차례 제출된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해결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는 피해 보상의 대상에서 일본인이 제외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라는 틀에서 아시아의 피해에 관심을 두는 역사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의 이면에, 일본인'위안부' 문제는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배제되어 왔다는 문제가 버티고 있다.
애초에 전전(戰前)의 일본 사회에서 창기, 예기, 작부 등은 인신매매로 팔려와 대부분 폐업의 자유도 없이 매춘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이었다. 인신매매는 당시의 국제조약이나 일본 형법에서도 금지되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내버려 뒀을 뿐 아니라, 전시 '위안부' 모집에 이러한 관습을 이용한 것이다.
공창제에 대의명분을 제공했던 정조 이데올로기에서 전제된 여성차별과 계급차별은 강간 방지를 위해서 '위안소'가 필요했다는 주장과 같은 정당화 구조를 가진다. 거기에 민족차별까지 얽혀 여성들 사이의 분리를 조장한다. 이제 여성들의 피해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 계급차별과 민족차별을 가능하게 했던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면서 각각의 차별을 견인하고 강화하는지를 보아야 할 때다. 이는 식민지적 차이를 지우려는 시도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일본인'위안부' 모집과정을 공창제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당시 '위안부' 징집으로 일본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자기 집이 위안소로 사용된 이들과 '위안부' 모집업자를 인터뷰한 내용, 일본인'위안부'의 전후의 삶, 그리고 일본군 위안소와 전후 점령군을 대상으로 한 위안 시설의 연속성을 선명하게 밝혀낸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피해'가 무엇인지, 지금-여기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의 관련 속에서 다시금 정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9. 그곳에 한국군 위안부가 있었다 : 식민주의와 전쟁, 가부장제의 공조
김귀옥 지음, 선인, 2019.
추천 편집위원 : 여순주(한국정신대연구소 전 연구원)
이 책의 저자인 김귀옥 교수는 지난 2002년 공식 발표한 한국군'위안부' 문제를 2019년 단행본 『그곳에 한국군 위안부가 있었다 : 식민주의와 전쟁, 가부장제의 공조』로 펴냈다. 1996년 처음 속초에서 월남인 김씨를 인터뷰하다 한국군 위안대 문제를 알게 된 때로부터 23년 만이다. 저자는 한국군'위안부' 문제를 일본군'위안부'와 미군'위안부'의 궤적과 함께 연결해서 쓰고 있다. 한국 언론 속의 군'위안부'의 의미를 고찰해서 '위안부'는 외국군을 포함한 군인을 상대하는 여성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정리했다(103쪽). 저자의 발표 후 한국군'위안부' 문제의 문서증거인 한국 육군이 펴낸 『후방전사』는 국회도서관에서 이용 불가로 분류되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학계 반응도 사실은 인정하지만 뭔가 불편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119쪽). 진보학계의 거목인 리영희 교수조차 1988년에 낸 회고록에서 관련 사실을 기록했지만, 저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회고록 이상의 이야기가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 실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저자는 한국군'위안부'를 만나기 위해 무척 애를 썼지만 엇갈림의 연속이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국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주로 인민군 부역자와 포로, 북한 출신들로 보인다. 또 김희오 회고록에 의하면 "거금의 후생비를 들여 서울에서 조변하여" 왔다. 북파공작원 최 씨는 1951년 5월경 원산에서 여성 4명을 끌고 왔다. 그중 한 명은 미 전투기의 공습으로 죽고, 남은 3명이 '위안부'로 넘겨졌다. 3명 중 한 명인 문 씨는 이아무 하사관에게 겁탈당한 후 아이를 낳고 살았다고 한다. 양도에서도 성진 부근의 여성 2명을 납치해와서 성노리개로 만들었다(123~124쪽). 저자는 문 씨와 전화통화를 몇 번 하면서 '위안부'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으나 문씨는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짢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2004년경 소문으로 한국전쟁 때부터 '위안부'였고 50~60년대 기지촌 생활도 했던 할머니를 만났지만 "고통에 찬 얼굴을 본 순간 어떤 사람에게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고통에 찬 인생담을 듣고 싶다고 말하는 게 너무 염치가 없어서 다시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57쪽)."한국전쟁기 한국군'위안부' 제도는 전시 정부인 육군본부에 의해 기획 및 설치되고 관리·운영되어 초법적으로 존재했다"(145쪽). 군이 직영한 군인 전용 '위안소'였다(144쪽). 한국군 위안소는 군이 직영한 형태였으므로 한국군의 책임은 일본군보다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도 운영에는 많은 군인이 관련되어 있다. 이 제도를 기획하고 만든 장석윤 휼병감, 북파공작원 등 피해 여성들의 동원에 관여한 군인들, 『후방전사』를 작성한 군인, 여기에 실린 특수 '위안대' 실적 통계표를 위해 기초 자료를 만든 군인들은 물론이고 주 2회 성병 검사를 수행한 군의관들도 있었다. 제일 다수를 점하는 것은 통계표에 1952년 한 해에만 20만 4천 회가 넘는 것으로 기록된 피위안자들, 즉 한국 군인들이다. 식민주의, 전쟁,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이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후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0. 기억전쟁 : 가해자는 어떻게 희생자가 되었는가
임지현 지음, 휴머니스트, 2019.
추천 편집위원 : 조경희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기억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이다." 공식적 기록과 문서자료를 바탕으로 한 역사에 대해 기억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재현이라는 비공식적 지위를 부여받아 왔다. 증언의 시대가 열린 지 30년이 지난 현재도 우리는 '부정의 실증주의'라 할 수 있는 부정론의 국제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을 산다. 이 현실에 대해 저자는 기억과 증언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그 현실적 함의와 비판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폴란드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임지현은 그동안 유럽의 지성사를 경유하고 한국의 민족주의나 파시즘을 둘러싼 내적 성찰의 지평을 열어왔다. 자신을 '기억 활동가(memory activist)'로 정체화하는 그의 관심은 나치 홀로코스트에서 출발하여 아시아에서의 일본군'위안부' 피해, 분단국가 한국의 민주화운동, 나아가 20세기에 전 세계가 겪었던 국가폭력과 제노사이드로까지 확장된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다루는 고통의 폭은 근대 문명이 인간에 가한 폭력이 얼마나 전 지구적으로 얽혀있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억의 회색지대를 묻는 아슬아슬하고도 첨예한 문제의식은 한국에서 현재진행형인 기억과 증언을 둘러싼 혼란을 생각하는 데도 매우 시사적이다. 특정 역사적 사건에 관한 관심만이 아니라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와 공범자, 경계와 기억, 양심과 죄책감 등의 중첩되는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역사와 기억을 마주하는 윤리의 차원을 환기시킨다.
* 위의 책들 중 일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자료센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개관이 연기됨에 따라 현재는 자료센터를 이용하실 수 없으며, 향후 자료센터를 개관하는대로 소식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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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웹진 <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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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Team of Webzine <Ky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