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법정 3부 - 12.28 합의는 헌법소원청구 대상이 아니다?

류광옥변호사 / 법무법인 가로수 / 민변 ‘위안부' 소송 TF 변호인단

  • 게시일2019.11.07
  • 최종수정일2020.02.12
'12.28 한일합의' 이후, 그녀들의 법정 

1부. 단 800자의 기자합의문이 해결을 담을 수 있는가 
2부. 합의 이후, 양국 정상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3부. 12.28 합의는 헌법소원청구 대상이 아니다?

 

12.28 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청구 대상이 아니다? 

2016년 3월 27일, 피해자 할머니들은 12. 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외교부 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자신의 기본권을 구제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희 변호인단은, 양국 정부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고,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했는지의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에 헌법에 명시된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 당사자들이 앞으로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일본정부가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실상 할머니들의 손해 배상 청구권 행사를 막아버린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위헌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변호인단은 12. 28.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재산권, 알 권리,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는 점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헌법소원청구에 대해 외교부는, “12. 28. 위안부 합의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조약에 해당하지 않고 합의의 내용 또한 ‘위안부’ 문제라는 외교적 현안에 대한 정부 간의 해결일 뿐 할머니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거나 손해배상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즉 외교부의 입장은, ‘12.28 합의는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 소원 대상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현재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의 행사’만을 헌법소원청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에 공개변론 신청, 
쟁점을 분명히 해야  

그러나 변호인단에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 유무가 ‘조약’이라는 합의의 형식에 따라 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2. 28. 위안부 합의의 주체가 개인이 아닌 양국 정부였고, 양국 정부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해배상청구가 힘들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여전히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함에도,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령 외교부의 주장대로 12. 28. 위안부 합의가 외교상의 합의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해배상청구권 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을 외교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여전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외교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일본과 국제사회를 향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 구제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뿐만 아니라 피해자들과 가해국간의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외교적 교섭을 통해 해결하도록 애쓰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를 ‘외교적 보호권’이라 부르는데요, 이미 지난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훼손된 것을 국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여 회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가 있습니다.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부작위)가 우리 헌법정신에 위반된 것으로 판단했는데, 지금 ‘위안부’ 문제의 현황이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합의가 손해배상청구권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외교부의 답변은 형식적 논리로서, 피해자들이 처한 현재의 모순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문제의 해결책 또한 되지 못한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의견입니다. 

지난 연말에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하여 각하 결정을 하였습니다. 12.28.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에 불과하니,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격권과 재산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죠. 결론만 놓고 보면 헌법재판소가 외교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듯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12.28. 합의는 '위안부' 문제 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나 할머니들의 손해배상의 문제에 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과 우리나라 정부 또한 앞으로 할머니들의 피해구제를 위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12.28.합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혀 준 것이죠. 물론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요. 저희 변호인단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12.28.합의로 인해 발생한 불필요한 논쟁을 종결하고, 우리 사회가 '위안부'문제의 본질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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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류광옥

민변 ‘위안부' 소송 TF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로, 현재 '위안부'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ryuok@lawy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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